달급
@expresstothekwk
kwk 달로 가는 급행열차
근데 그런 게 아니라, 믽정이한테는 그게 진짜 순수하게 든 의문이었을 거고. "……. 보통은 뭘 하면서 쉬는데?" 믽정이는 쉰다고 하면 그건 수면이었고, 나머지 여가 시간은 대체로 공부. 그러니까 맨정신에 눈 뜨고 뭘 하면서 쉬어야 할지 감이 안 오는 거야. 그리고 그 눈앞에 있는 사람: 시간 보내기 장인 유지믽 지믽이는 잠시 황당했다가도, 꽤 진지해 보이는 믽정이 얼굴 보면 말문이 턱 막히는 거지.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성실하다고 해야 하나……. 어른 같은 건가, 어른답지 않은 건가…….
그 말 듣고 연하 얼굴에 사르르 웃음 번지면, 김 이사는 그거 보면서 괜히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냥 뭔가 그렇게 웃는 애가 예뻐 보이는데, 그게 단순히 이전에 생각했던 대로 단순히 객관적인 감상인지는 미지수라는 걸 이쯤 되면 김 이사도 알겠지. 근데 그게 싫지는 않고 그냥……. 그냥 자주 웃을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사님.
그리고 지믽이가 하는 말은 김 이사를 놀라게 하기에 적절했어. "욕심이 나요." "……." "만족이 안 되는 게 좀 힘들어요." "……." "어른이 되면 적당히 만족하면서 사는 거라던데, 그런 게 잘 안 돼서 더 큰 걸 바라게 돼요." "……." "근데 그게 제 욕심인 걸 알아서 좀……, 그게 힘들어요."
그리고 진짜 문제는 그 당황스러울 법한 대답을 듣고도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다정하게 웃어 준 그 선배. "그럼 믽정이 나갈 마음 안 들게 부지런히 친해져야겠네." 그런 말로 애 마음에 불을 질러 놓은 그 선배가 가장 큰 문제였다는 거지.
그렇게 다정하게 말씀하시니까 문제였던 거지. 아니면 얘가 진짜 숫기 없던 게 문제였던가. "그냥……, 선배랑 친해지고 싶어서요……." 이런 솔직한 대답이 나오게 된 건 일단 어쨌든 둘 중 하나 이상은 문제였다는 거야.
그랬는데 그 여자가 김믽정 눈앞에 나타났어. 거짓말처럼. 만남이라고 불러도 될지 모를 첫 만남에서는 눈도 못 마주쳐 본 그가. "안녕하세요. 미술학과 서류 가져온 거죠?" 그래서 일평생 안 해 본, 안 할 짓을 대뜸 질렀던 거지. "학생회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말이 끝나자마자 믽정이 쪽으로 돌아본 선배는 앉으라고 했는데 앉지도 않고 어정쩡하게 서서 자기만 보고 있는 믽정이 보고 고개 갸웃. "왜 그러고 서 있어?" "네? 아, 아, 아뇨, 그." "혹시 나 어려워?" 장난처럼 그렇게 물어보시면 믽정이는 놀라서 재빠르게 고개 저으면서, "네??? 아니에요!" "목소리 되게 우렁차네. ㅎㅎ" "아……." "나 어려운 거 아니면 거기 좀 앉아, 믽정아. 선배님 서 있는데 감히 앉았다고 안 혼낼게."
이름 김믽정. 예술대학 미술학과 도예 전공 2학년. 주 출몰 구역은 미대 2층 도예 전공 작업실. 아는 사람만 아는 도예 여신인데 그것도 진짜 아는 사람만 아는 거라 한줌인 도예 전공 20학번 동시들끼리 장난식으로 말하는 게 다인…… 그런 아싸. 애초에 성격도 조용하고, 어디 나가서 나대는 것도 싫어하는 편인데……. "엥, 니가 단대 학생회를 들어갔다고?"
- 이러든 저러든 성공적이었던 대국민 담화. 아이를 가진 당사자인 유 총리가 직접 나와서 이야기를 전하니 여론은 완전히 긍정적으로 흘러갈 거야. 이제까지 일 잘하는 걸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총리였으니까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고 혼전 임신 정도의 사생활은 그냥 묻고 가는 분위기에 가까웠지. 애초에 총리가 임신한 거기도 했고……, 무엇보다 기자 질문에 모든 아이는 축복이라고 말하며 웃으신 총리님 사진이……. [유지믽 말이맞다 애기는 축복이다] [저건 축복이 맞다...] [정치인 얼굴 진짜 개쓸데업는데.. ㅈㄴ아름다우시네]
김 이사는 웃음기 머금어 호선을 그리는 입매를 하고 애 뺨 살살 매만지면서 그러는 거야. "아니잖아. 그치?" "당연하죠……." "물론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건데." "……." "그것보다는 네가 그 말 듣고 속 끓이느라 체해서 아픈 게 더 속상하다." "그건……." "왜 아프고 그래, 지믽아. 속상하게." 그렇게 말해 놓고 애 손 잡아서 살살 주물러 주는 손길이 따뜻해. 평소에는 지믽이 손이 훨씬 따뜻했는데 오늘은 김 이사 손이 훨씬 더 따뜻하더래.
그런 채로 언니 어깨에 고개 묻고 하는 말. "아픈데 언니 보니까 싹 나은 것 같아요." 그리고 거기에 돌아온 대답.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어디가 아픈데."
그리고 더불어 언니가 숨 돌릴 곳에 자기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그래서 지믽이는 언니가 먼저 잡아 준 손을 더 꼬옥 쥐면서 그래. "주말엔 저랑 쉬어요. 꼭." 사랑하는 이의 휴식처가 될 수 있는 것보다 더 좋은 게 없어서.
아직 밥을 안 먹었던 것도, 그냥 몸이 좀 뻐근한 것도, 장갑 없이 설거지한 것도. 김 이사한테는 전부 별일 아닌 거였는데 얘한테는 그런 게 아니었나 봐. 뭐가 그렇게 심각한 건지. 김 이사는 말리지도 않고 자기 손 붙잡고 핸드크림 꼼꼼히 발라 주고 있는 애만 쳐다보고 있음. 손에 닿는 느낌도 이상하고……. 눈앞에서 집중하고 있는 애를 보는 것도 기분이 이상하고……. 그냥 심장이 좀 이상해지는 느낌.
행동 빠릿빠릿한 건 진즉 알았고 씻는 게 빠른 것도 몰랐던 건 아닌데 김 이사는 그냥 새삼 빠르다 싶어서 신기했던 거고. 근데 와중에 애가 갑자기 심각한 얼굴로 다가와서 김 이사 눈 깜빡이면서 지믽이 쳐다보는데, 지믽이 언니 옆에 털썩 앉더니 언니 손 붙잡고 그 손 보다가 입술 삐쭉 내밀고 그래. "고무장갑 안 꼈어요? 설거지 그냥 했어요? 손 상하면 어쩌려고……. 그러니까 제가 하려고 했는데……. 그러다 습진 걸리면 어떡해요." 그냥 앉아서 쉬다 말고 갑자기 생각지도 않은 잔소리 폭격 맞고 이사님 매우 당황하심.
새벽에 한 말이어도 그게 진심이긴 했으니까. 이사님이 그렇게 차분히 말씀하시면 지믽이도 고개 끄덕끄덕. 사실 지금 귀 빨갛게 달아올라서 불타는 수준인데 그래도 차분하게 할 말은 해. "앞으로도 다행이라고 느낄 수 있게 노력할게요……." "……. 노력 같은 거 안 해도 돼." "아뇨. 그래도 할래요." "……." "언니한테 계속 좋은 배우자이고 싶어요." "……." "그냥 어린애 말고."
그랬는데 언니가 연락 못 해서 미안하다고 하니까 신경도 안 썼던 거 먼저 신경 써 줬다는 사실에 오히려 마음 충만해져서 언니한테 잘해 줄 생각밖에 안 들었음. 그래서 고민해서 나온 게 라면……이었던 건데, 19년 동안 진심으로 손에 부엌 개수대 물 한 방울 안 묻혀 본 애라서 라면 하나 끓이는데도 엉성함. 계량컵에 물 맞춰서 냄비에 붓고 라면 봉지 하나 들고 뒤적거리고 있고. 그걸 뒤에서 보는 김 이사: ……. 지금이라도 말리는 게 옳지 않을까.
얼굴 보면 어떻게 대해야 할까 약간 고민도 되고, 약간은 무거운 마음으로 그렇게 집 돌아가면 당연히 거기 있는 건 연하 와이프여야 했는데, 뭘까. 애가 집에 없네. 김 이사는 영문 모르고 물음표 띄우다가 알림 울려서 폰 확인해 보면 방금 막 도착한 메시지.
너무 즐거워 보이는 연상 보고 서운해진 유 피디는 눈 가늘게 뜬 채 입술 삐쭉 내밀고, — 재미있어요? 그런 애 얼굴 보면서 계속 흘러나오는 웃음 참지 못하고 있던 김 쌤은 고개 살짝 기울이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랬음. — 너랑 있는데 내가 재미없을 리가 있어? 사람 홀리는 것도 아니고. 사르르 웃으면서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 유 피디는 그냥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술만 삐쭉. — ……. 진짜 너무해요. — 응? 뭐가 너무해? — 몰라요……. 김 쌤은 그냥 연하 귀여워 죽으심.
인강 강사 김 쌤 어쩌고저쩌고 해서 연하랑 연애 시작하면 당연히 회사에서는 둘이 연애하는 거 비밀인데 어차피 여강사 여피디 정분 나는 거 티도 안 나겠다, 그 덕분에 마음 편히 매우 스릴 넘치는 재미를 찾으실 것 같음. 그 재미란 게…… 유 피디 촬영 걸린 날은 유 피디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입고 오기 같은 거.
전생에 오타쿠였던 내가 환생해 보니 내 트친의 최애가 됐다? "언니를 위한 아이돌 윉터!" 🫶🏻 큰 마음 먹고 트친의 소원풀이를 위해 트친 저격 최애 아이도루가 되어 주기로 했는데, [rest. 개인 사정으로 쉬어 갑니다.] 왜 언니 너는 그렇게 속상한 얼굴인지……. 오타쿠의 우당탕탕 아이돌 환생 일지
그리고 한참 조용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와중. 똑똑, 하고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김 이사는 눈을 크게 뜨고 갸웃함. "누구세요?" 뭐지? 김 비서 뭐 놓고 갔나? 삼촌인가? 지믽이는 연락 안 왔으니까, 김 이사는 지믽이는 애초에 후보에 두지도 않았고, 애초에 김 비서가 비서실 보안 걸어놓고 갔을 테니 다른 사람은 생각도 안 했고. 그래서 문 열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문 잠금 풀리는 소리 들리더니 예상치 못한 얼굴이 열린 문으로 빼꼼 보임. "뭐야?" "이사님, 많이 바빠요?" 계속 기다리던 와이프가 거기 있네.
그러다 울린 폰 문자 알림음에 김 이사 서둘러 열어보면, 지믽이 연락은 맞는데 그게 딱히 기다리던 연락은 아니거든. 김 이사가 기다리던 건 집 간다는 거였으니까. 그래도 애가 눈치는 있어서 눈치껏 먼저 나올까 묻지만 김 이사가 돌려줄 수 있는 답장은 하나뿐. 물론 너 나오고 싶을 때가 지금 당장이어야 하는 말이긴 했는데 솔직히 김 이사도 애한테 그런 암호 맞추기를 바라진 않음.
그렇지만 그냥 집 가서 먼저 쉬기는 죽기보다 더 싫었던 김 이사가 생각해낸 묘수가 그런 거. 사실 야근까지 할 일은 없는데. 걱정 가득한 답장 받았을 때는 내심 찔리긴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