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레/누해
@inleminati
영화를 만들고 글 쓰는 통 속의 뇌.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단편 영화 〈닫힌 세계와 그 친구들〉(2022), 도서 《창작자를 위한 지브리 스토리텔링》(2024) & To be continued!
속지 마세요. 가을이 되면 튀어나오기 시작합니다. (이상기후로 인한 폭염이 거세지고 열돔 현상이 생기면서 모기가 여름보다 가을에 더 많이 튀어나오는 일이 반복되는 중)
시놉시스: 오디세우스는 얼음 행성에서 한 번, 화성에서 한 번 표류를 당한 것으로 모자라 이번에는 지구에서도 표류를 당하고 만다. 한편 배트맨은 오디세우스의 아내이자 스파이더맨의 어머니인 캣우먼을 유혹하고, 스파이더맨은 아버지의 행방을 수소문하러 떠나는데...
트위터 인생 통틀어 올해 가장 많은 생일 축하를 받은 것 같습니다. 인생 헛살지 않았네요! 다들 너무 감사드리고 올 한 해 모두 함께 번창합시다!
1980년대, SF는 다시 한 번 갱신됩니다.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1984)가 '사이버펑크'라는 장르를 탄생시켰기 때문입니다. 첨단 기술과 밑바닥 삶(high tech, low life)이라는 모토를 내세우며 등장한 사이버펑크는 쥘 베른의 계보와 웰스의 계보를 다시 한 번 종합했습니다.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와 뫼비우스는 《듄》의 좌절에서 멈추지 않고 그 비전을 만화로 응결시킵니다. 이 작품이 바로 유럽 SF 만화의 금자탑이라 불리는 《잉칼》입니다. 하급 탐정 존 디풀이 신성한 크리스탈 '잉칼'을 손에 넣으며 우주적 운명에 휘말리게 되는 이 형이상학적 SF 서사는 SF와 우주적 영성, 오컬트를 결합시키며 SF라는 장르를 한 차원 더 도약시킨 결정적인 작품이 됩니다. (이 작품을 모방한 영화가 뤽 베송의 《제5원소》입니다.)
〈스타워즈〉가 SF라는 장르를 새로 쓰기 직전, 유럽에서 끝내 완성되지 못한 영화 기획 하나가 또 다른 폭발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1970년대 중반,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는 프랭크 허버트의 《듄》을 영화화하고자 했습니다. 만화가 뫼비우스, H.R. 기거, 댄 오배넌, 핑크 플로이드, 살바도르 달리, 오손 웰즈 등을 불러모았고, 결국 촬영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무산되었지만 이때 모였다 흩어진 창작자들은 현대 SF 영화의 시각 언어를 형성하는 중요한 그룹이 되었습니다.
1977년 조지 루카스는 《플래시 고든》의 영화화를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판권을 얻는데 실패하자 자기만의 《플래시 고든》을 직접 창조하기로 합니다. 스페이스 오페라의 핵심 축 - 영웅이 다른 세계로 건너가 폭군을 무너뜨리고 공주를 얻는 기사도 로맨스를 따르되 조지프 캠벨의 신화학을 덧입혔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SF라는 장르를 영원히 바꿔놓으며, 스페이스 오페라는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존 W. 캠벨이 《어스타운딩》 잡지의 편집을 맡으면서 미국 SF의 '골든 에이지'가 개막한 후로, 우주 모험극은 SF의 변방으로 계속 밀려나고 있었습니다. 하드 SF라는 개념부터가 우주 모험극의 반발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입니다.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이름부터가 멸칭에서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번안하자면 '우주 양판소'쯤이려나요. 오랫동안 장르의 변방으로 밀려나 있던 스페이스 오페라가 화려하게 부활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스타워즈〉
그리고 같은 시기, 뉴웨이브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SF라는 장르에 대격변을 일으킨 한 작품이 등장합니다. 《듄》 허버트는 기계 대신 생태, 정치, 종교, 인류학을 중심에 놓았고, '구원자 영웅'이라는 신화 자체를 비판적으로 해부하면서 SF라는 장르에 거대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SF는 더 이상 '아이디어의 문학'에 머무르지 않고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창조하는 '월드빌딩(Worldbuilding)'의 예술이 된 것입니다.
과학은 과학인데, 물리학보다는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 같은 사회과학에 기댄 작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며 '뉴웨이브' 장르가 탄생했습니다. 이 시기 등장한 거장들이 바로 J.G. 발라드, 어슐러 르 귄, 필립 딕(《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할란 엘리슨 같은 작가들입니다.
영국의 마이클 무어콕이 《뉴 월즈》의 편집을 맡으며 SF는 안으로부터의 반란이 일어납니다. 우주(바깥 공간)보다 인간의 심리(내면)에 집중하는 SF 소설들이 대거 등장한 것입니다.
과학적 개연성과 아이디어의 엄밀함을 추구한 '진지한 SF 소설'을 쓸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 흐름에 발 맞추어 나타난 작가들이 바로 하드 SF하면 거의 반드시 호출되는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인라인, 아서 클라크입니다.
1937년, 존 W. 캠벨이 《어스타운딩》 잡지의 편집을 맡으면서 미국 SF의 '골든 에이지'가 개막합니다. 캠벨은 위에서 언급한 올라프 스테이플턴과 올더스 헉슬리 같은 작가들을 모범으로 제시하며, 에드가 로이스 버로스로부터 시작된 우주 모험극을 밀어내고,
미국이 펄프 픽션으로 들끓고 있을 무렵, 영국은 여전히 진지한 작가로서의 자의식을 가진 작가들이 사회 비판적인 소설들을 집필하고 있었습니다. 영국에는 펄프 픽션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통적인 문단 소설로서 SF 소설들이 집필되었기 때문입니다. 개중에 주목할만한 작가는 《최후 인류가 최초 인류에게》, 《스타 메이커》의 올라프 스테이플턴과 《멋진 신세계》의 올더스 헉슬리입니다. 우주 모험물에 지긋지긋함을 느끼던 영미 SF 작가들에게 하나의 '모범'이 된 작가들이기 때문입니다.
에드가 로이스 버로스의 영향을 받아 성립된 '우주 모험극'은 사실 기사도 로맨스의 변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영웅이 다른 세계로 건너가 폭군을 무너뜨리고 공주를 얻는 기사도 로맨스에서 배경만 다른 행성으로 바꾼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과학적 엄밀함을 추구하는 이른바 '하드 SF'라는 장르는 어찌보면 먼저 자리를 잡아 인기를 끌고 있던 스페이스 오페라에 대한 반발로 성립된 장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서, 우주 모험극에 있어서 중요한 건 과학적 엄밀함 같은 게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이국적 스펙타클이 중요했죠. 로켓, 광선총, 미래도시 같은 것들은 모두 이국적 스펙터클을 위해 존재했습니다. 그 정점을 보여준 작품이 바로 우주 모험극의 금자탑이라 불리는 〈플래시 고든〉 시리즈입니다.
낙관주의적인 SF하면 떠오르는 바로 이런 이미지가 휴고 건즈백이 만들어낸 이미지라 할 수 있겠습니다. 비록 건즈백 본인은 쥘 베른의 축(과학적 엄밀함)을 추구했지만 실제 《어메이징 스토리》의 지면을 채운 작품들은 에드가 로이스 버로스의 영향을 받은 우주 모험극이었습니다. 훗날 '스페이스 오페라'라 불리게 되는 바로 그 작품들입니다. (H.P. 러브크래프트도 여기서 글을 썼습니다.)
1926년, 한 인물을 중심으로 SF가 SF라는 이름을 얻게 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휴고 건즈백이라는 인물이 세계 최초의 SF 전문 잡지 《어메이징 스토리》를 창간하고 여기에 연재되는 작품들을 Science Fiction이라 명명한 것입니다. 이때부터 SF는 비로소 자의식을 가진 장르로 거듭나게 됩니다. 휴고 건즈백은 본인이 소설가이기도 했는데, 인류의 미래와 과학기술의 진보에 대한 무한한 낙관과 신뢰가 휴고 건즈백의 특징이기도 했습니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SF는 값싼 펄프 잡지를 통해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20세기 초 미국의 웹소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국 펄프 픽션의 성격을 결정지은 결정적인 작가는 바로 에드가 라이스 버로스입니다. 1912년 연재된 《화성의 공주》 시리즈가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데, 외계를 무대로 한 우주 모험극은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후대의 SF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H.G. 웰스는 쥘 베른의 반대편에 섰습니다. 웰스는 토머스 헉슬리에게 생물학을 배웠고, 진화론과 열역학을 이해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대표작들, 《타임머신》, 《모로 박사의 섬》, 《투명인간》, 《우주전쟁》 같은 소설들은 모두 과학을 매개로 사회와 윤리에 대해 성찰하는 작품들입니다.
쥘 베른은 과학적으로 '있을 법한' 기계를 정교하게 구축했고, 자료와 수치로 그것을 그럴듯하게 만들었습니다. 쥘 베른에게 과학은 인류가 얼마나 멀리 나아갈 수 있는가라는 진보의 약속이자 모험의 동력이었습니다. 과학적 낙관주의가 자리를 잡고 있었단 거죠.
본격적인 SF의 시작으로 거론되는 두 작가는 쥘 베른과 H.G. 웰스입니다. 두 작가를 거칠게 나누자면, 쥘 베른은 엔지니어이고 H.G.웰스는 과학철학자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셸리의 관심은 '어떻게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만든 뒤 무엇이 오는가'에 있었고, 여기서 과학은 낙관과 찬미의 대상이 아니라 기독교적 윤리(오만)의 문제로 다뤄집니다.
SF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작품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1818)입니다. 단순히 일찍 쓰여서가 아니라, SF의 가장 끈질긴 주제 하나를 처음으로 깊이 있게 다룬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과학적 창조의 윤리입니다. 소설의 주인공인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마법사가 아니라 자연철학을 공부한 근대인이며, 그가 생명을 빚는 행위는 연금술이 아니라 당대 최신 과학이었던 '갈바니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