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굴쥐
@ghoulgee
만화 그리는 깊은굴쥐입니다★
조하서 상궁은 궁녀 신분으로 특이하게 숙명 여학교를 다닌 이력을 가지고 있고 천일청 상궁은 궁중에 재우기 너무 어려서 하인이 아침 저녁으로 등하궁을 시켰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뭔가 확실히 귀여움을 받았다는 느낌이에요. 머랄까 좀 심하게 리얼한 육아 예능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나인 명순은 나례 구경을 왔다가 미아가 되어 궁인(아마 각심이일 거 같은데)이 된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이 이야기를 모티브로 주인공의 입궐을 설명한 동화가 <귀신잡는 감찰궁녀>이죠.
계환의 인생은 뒤웅박 팔자랄까 궁인의 삶을 잘 보여준달까 그렇습니다. 나인 계환은 13살에 입궐하여 광해군의 동궁전에 있다가 20살에 공안 사건에 연루되어 유배를 갑니다. 하지만 딱히 혐의가 없고 국민 아니 신민대통합의 차원에서 유배는 곧 해배되어 계환은 친정으로 돌아가죠.
효종 실록의 프레스갱(...)처럼 한중록에도 빈궁이었던 혜경궁이 동궁과 빈궁에서 부릴 나인을 액정서 사약과 별감들의 딸들을 잡아와 충당하려다가 영조에게 걸려서 쿠사리를 먹는 이야기가 있슴니다.
물론 제도사적으로 궁녀 채용 연령의 가이드 라인이 구한말 궁녀들의 증언 달랑 하나에 실제 인력 구성에 대한 자료가 광해군 때 수사 자료 하나에 강점기 때 화재사건 수사 자료 정도 밖에 없는 걸 생각하면 아직은 결론에 도달하기엔 길이 멀지 않나 그런 생각이에요. /끝
신명호 교수님은 구한말의 가이드 라인은 왕조 말기의 예외에 가깝고 광해군대의 추국안의 현황이 좀 더 조선시대의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보던데, 다르게 생각하면 광해군대 혹은 양란 즈음의 모습이 체제의 혼란을 보여주는 것이고 구한말의 증언이 궁녀 조직이 생각하는 이상적 제도일 수도 있겠죠.
여튼 광해군 때의 궁인 구성은 내수사를 비롯한 각사의 관노비들로 당장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10대 이상의 여아들을 선호한 것으로 보이며, 후궁과 같이 끝발이 밀리는 처소의 경우 20대가 넘어가고 생계가 애매한 과부도 대충 끌어다 쓰는 등 인력 수급에 좀 애로사항이 있어 보인달까 그렇군요.
물론 나이가 많고 특히 기혼인 경우에는 보모나 유모로 들어온 경우로 생각할 수도 있겠고 특히 윤귀인의 회임 이후 아기처로 들어온 경우는 더욱 그러하겠죠. 그런 의미에서 회임이 없었던 원숙의의 처소에 들어온 20대 과부들은 좀 더 신경이 쓰인달까 (...
신명호 교수님이 정리한 바에 의하면 근무처와 입궐 연령이 명확한 케이스로 지밀 나인인 의숙(9), 여일(12), 계환(13), 인영(13) 그리고 세답방의 신옥(18)이 있는데 의숙을 제외하고는 순종 때의 가이드라인보다 연령이 높은 편입니다. 그리고 근무처가 불명확한 경우에도 동궁전이나 중궁전에는 13-20세에 입궐한 나인들이 확인되고 원숙의나 윤귀인 처소의 경우에는 20세가 넘는 케이스도 많은 것이 인상적입니다.
물론 연구자들과는 달리 당사자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되지는 않았겠지만요. 자료는 늙은 궁인들은 늙고 병들어서 아무것도 모르고, 젊은 궁인들은 입궐한지 얼마 안되어 아무것도 모른다고 증언하는 경항이 있는데 뭔가 알면 신상에 심각한 영향이 생긴다는 점을 고려하고 읽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희귀한 사례로 인조반정 이후 광해군 측 궁인들이 인목대비를 저주했다는 혐의로 80여명이 연루된 대형 공안 사건이 터지고 조사를 위해 추국청에서 궁녀(와 각심이 등을 포함한)들을 수사하는데 이 기록이 이들의 연령이나 출신 성분, 입궐 연령 등 조직구성을 알 수 있는 좋은 사료가 되었죠.
궁녀의 입궐 연령대에 대한 기준은 순종 때 윤명헌 상궁과 고봉운 상궁이 증언한 지밀 4-10세, 침방 수방 6-7세, 여타처소 12-13세 정도라는 언급이 있습니다. 이 기준대로라면 저 정도의 코흘리개가 입궐을 하는 것이 그렇게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을 수도 있겠죠.
'상호 합의'와 '납치'라는 양립하기 힘든 개념이 혼재된 사례는 의외로 존재합니다. 심지어 한국만이 아니라 중국에서도 실제 사례를 확인할 수 있기도 하죠. 바로 과부의 가족(중 일부)과 상호 합의를 하고 납치를 하는 케이스들이죠.
다만 조선일보의 이규태씨가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긴한데 음 저 통계의 신빙성 이전에 저 내용이 있기는 할지 의심스럽긴 해요. 아무래도 화자가 화자이다보니.
핍초에 대한 논문을 읽다가 인상적인 구절이었는데, 사대부 남성들이 생각하는 과부의 큰 어려움이란 해소할 수 없는 성적 욕망이겠지만 가난한 청상과부에게 현실적인 가장 큰 어려움은 성폭력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란 이야기.
과연 상호합의에 의한 의례화된 보쌈 문화가 실재했는지 혹은 처벌받지 않은 납치 강간범이 고을마다 몇 명씩 있다보니 이것이 정상범주로 인식되는 착시가 일어난 것인지는 글쎄요. 저는 후자 쪽이 좀 더 현실에 가깝지 않나 그런 생각이에요.